아시아 북 어워드
올해를 빛낸 아시아의 책
주관(周官)과 주(周)나라 제도 : 동아시아 초기의 강역 국가
중국, 유강, 광서사범대학출판사·대학문
선정 이유
이 책은 획기적인 작품으로, 매우 야심차고 논증이 치밀하며 결론 또한 모순 없이 맞아떨어진다. 해당 연구 분야에서 수년 만에 보기 드문 학술적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먼저 주제목과 부제에 담긴 네 가지 핵심 주제어에 초점을 맞추어, 이 책의 주요 주장과 학문적 기여를 분석하였다.
《주관(周官)》— 지난 백 년간 위작(僞作)으로 여겨졌던 이 고대 경전은, 저자에 의해 철저히 “명예를 회복”했다.
“주나라 제도” — 《주관》을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주나라의 국가 통치 체계를 규명하고, 주나라 국가의 성격을 밝히는 데 확고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강역국가” — 초기 동아시아 대륙의 주민들은 서로 다른 문화(일상생활 포함)와 신앙을 지닌 채 혼재하여 살았다. 그러나 ‘역사적 논리’에 따라 분열과 통합을 거듭하며, 마침내 중심(‘중국’)과 변방(‘사방의 오랑캐’)이라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동아시아” — 이는 지리와 문화뿐 아니라 정서와 정치적 문제까지 포괄하는, 다소 민감한 학술 개념이다.
1923년, 고길강(顾颉刚)은 「전현동 선생과 고대 역사서에 대해 논하다(与钱玄同先生论古史书)」를 발표하며 ‘의고학파(疑古学派)’의 형성을 이끌었다. 이 학파의 근대 사상적 원류는 요평(廖平), 강유위(康有為), 전현동(钱玄同)에게서 찾을 수 있다. 비록 이들 사이에는 사상적으로 적대적 관계가 있었지만(의고 사조는 더 거슬러 올라가 한대(汉代)에서도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주장은 ‘의고’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 학파의 핵심 주장은 초기 동아시아 국가(‘중국’)의 고대 경전, 특히 ‘오경(五经)’에 대해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주관(周官)》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를 내린 바 있다.
유강(俞江)의 작업은 《주관》의 본래 모습을 복원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는 고고학, 역사학, 고문헌학의 방법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역대(歷代)에 걸쳐 《주관》에 의도적으로 삽입되거나 덧붙여진 글자와 문장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특히 출토된 청화간(淸華簡)과 서주 중기 청동기 명문(銘文)을 통해 《주관》의 진실성을 입증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한대(漢代) 이래 지속되어 온 《주관》의 진위(眞僞) 논쟁을 종결시킨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학술적 성취는 방법론의 근본적 돌파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나아가 저자는 《주관》을 세밀하고 치밀하게 해석하였다. 이를 통해 《주관》에 기록된 관직과 직책의 체계적 구성을 처음으로 명확히 드러냈으며, 이후 전개되는 논의의 토대를 마련했다. 관직과 직책을 체계적으로 분석·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주나라의 제도, 성읍, 부역, 예법 등 여러 제도의 세부 사항을 상세히 서술하였다.
이 연구의 중요성은 저자의 핵심 주장 중 하나에서 잘 드러난다. 즉, 주나라의 제도적 틀은 상당 부분 하(夏)나라와 상(商)나라의 제도와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주나라 제도는 하늘에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하나라와 상나라의 제도를 조정·수정·발전시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삼대(三代: 하, 상, 주) 제도의 근본적 특징이 왕권과 관료제의 결합에 있으며, 왕실과 각 분봉(分封) 제후들이 “맹세를 굳게 지키고, 제도를 엄격히 따르며” 분권적으로 나라를 다스렸다고 주장한다. 이는 훗날 진(秦)·한(漢) 시대의 절대군주 전제정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체제였다.
저자의 논증 핵심은, 중원(中原, 초기 동아시아)에서 강역이 형성된 이후 주(周)나라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고 실행되었으며, 더 나아가 주변 사방 오랑캐(四裔, ‘四夷’)에게 어떻게 전파·수용되어 주나라 제도의 영향권이 형성되었는가에 있다. 이러한 논증은 기존의 ‘중국’ 개념과 초기 동아시아 강역에 대한 여러 논의를 전면적으로 갱신한 것이다. 저자가 문헌 해석과 고고학적 출토 자료를 결합해 제시한 연구 방법 또한 학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아시아’는 저자 연구의 광활한 무대이자 배경이다. 비록 이 책에서 논의는 중원과 주변 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나, 저자의 의도는 분명하다. 주(周)나라 제도는 사방의 오랑캐에게까지 파급되어 수용되었으며, 하나라와 상나라 제도를 집대성한 주나라 제도는 초기 동아시아 국가 형성에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중원과 사방 오랑캐 간의 문화적 상호 영향 속에서 새로운 관계 양식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연구가 과거를 빌려 현재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대륙에서 강역국가가 형성된 근본 원리와 실제 모습을 복원하려는 시도임을 분명히 한다.
이 책은 출간 직후 큰 주목을 받았다. 상하이의 《문회보(文汇报)》를 비롯한 다수 매체에서 비중 있는 서평이 실렸으며, 여러 매체의 ‘좋은 책’ 목록에도 선정되었다. 주요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중문학술연합도서목록(中文学术联合书单)·인문사회과학 중문 창작 좋은 책 목록(2024년 제11기)
- 《법률사평론(法律史评论)》 2024년 듀이 법률공사 10대 좋은 책
- 유가망(儒家网) 2024년 10대 좋은 책(사상·학술 부문)
- 《법치주말보(法治周末报)》 2024년 10대 법치 도서
출판사 소개
광서사범대학출판사
(广西师范大学出版社,Guangxi Normal University Press)
광서사범대학출판사는 1986년 11월 18일에 구이린(桂林)에서 설립되었으며, 2009년 6월 28일에 광서사범대학출판사그룹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광서성 최초의 출판 그룹이자 중국 최초의 지방대학 출판사 그룹이다. 현재 이 그룹은 구이린, 베이징, 상하이, 선전, 난닝 등 중국 내 주요 도시와 싱가포르, 호주, 영국, 미국, 크로아티아 등 여러 국가에 걸쳐 30여 개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범위는 도서 및 정기 간행물의 출판·발행, 전자 및 영상 출판, 디지털 출판과 지식 서비스, 문화 상품의 디자인, 인쇄, 판매 및 문화 서비스, 그리고 교육 연수, 회의와 전시, 예술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 출판사는 시종일관 "민중의 지혜를 열고, 문명을 계승한다"는 출판 이념과 "사람과 책의 만남을 위하여"라는 사명을 추구해왔다. 또한 "좋은 책을 출간한다"는 목표 아래, 교육, 인문사회과학, 희귀 문헌, 건축 디자인, 문학예술, 아동 등 여러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출판 부문을 형성했다. 그 결과, 출간된 도서 중 20여 종이 국가도서대상을 수상했으며,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도서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과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었다.
광서사범대학출판사는 과거에 선전(深圳) 독서의 달 '올해의 존경받는 출판사', 상하이 도서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출판사', 베이징 도서 주문회에서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 등으로 선정된 바가 있다.
대학문(大学问)
“대학문(大學問)”은 광서사범대학출판사가 2019년에 선보인 새로운 학술 도서 출판 브랜드이다.
“대학문” 은 “물음에서 시작하여 명확한 답으로 끝낸다”는 이념과 “학술적 시야를 지킨다”는 취지를 가지고 오리지널 학술서와 해외 서적을 동시에 발굴하여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술 도서를 출판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리고 문제의식(问题意识)을 핵심으로 삼고, 학문적 열정, 인문 정신과 탐구 의식을 발양하며, 학문의 시대성과 사상성, 그리고 사변(思辨)적 색채를 드러내고자 한다. ‘대학문’ 은 학술과 시장을 결합하여 학술 출판의 다양한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이에 도전하며, 특별판 도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요 출판물로는 ‘실천사회과학 시리즈’를 비롯해 《앞잡이: 청대 현청의 서리와 아전(爪牙: 清代县衙的书吏与差役)》, 《현대 중국의 형성(1600—1949)》 등이 있다.
저자 소개
유강(俞江, Yu Jiang)
1972년 7월 충칭(重庆)에서 태어났다. 법학 박사이며, 화중과학기술대학교(华中科技大学) 법학대학 교수이자 박사 과정 지도교수이다. 현재 화중과학기술대학 근대법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과거에 화중과학기술대학교 법학대학 학장을 역임하였다. 교육부의 ‘신세기 우수인재 지원 계획’에 선정되었고, 화중과학기술대학교 ‘화중학자’, 그리고 후베이성 제3회 ‘10대 우수 중견 법학자’에 선정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근대 중국 민법학에서의 사권 이론(近代中国民法学中的私权理论)》, 《청대의 계약(清代的合同)》, 《근대 중국의 법률과 학술(近代中国的法律与学术)》이 있으며, 편집 주요 저서로는 《휘저우 계약 문서 총서(徽州合同文书汇编)》 영인본, 교감본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고대 중국에 민법이 있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재고찰(关于“古代中国有无民法”问题的再思考)>, <보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倾听保守者的声音)>, <‘민권’에 대한 소고(民权小考)>, <민사 습관 조사와 중국 민법전 편찬(民事习惯调查与中国民法典编纂)>, <상속 분야 내 충돌 구도의 형성 - 근대 중국의 분가(分家) 습관과 상속법 이식(继承领域内冲突格局的形成—近代中国的分家习惯与继承法移植)> 등 다수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