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북 어워드
올해를 빛낸 아시아의 책
타이완동성혼법의 탄생 : 아시아 LGBTQ+등대로 가는 역정
일본, 일본평론사, 스즈키 켄 저
저자 소개
1960년생. 홋카이도대학교 대학원 법학연구과 박사과정 단위취득 후 퇴학. 1991년, 홋카이도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현재, 메이지대학 법학부 교수.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 2022년부터 국립타이완대학 법률계 객원교수. 전공분야는, 중국법, 타이완법. 저서로『현대중국상속법의 원리(現代中国相続法の原理)』(成文堂), 『현대중국법입문(現代中国法入門)』(공저, 有斐閣), 『요설 중국법(要説中国法)』(공편, 東京大学出版会) 등이 있다. 1989년에 성적 소수자 단체인 HAS(Hokkaido Sexual Minority 협회) 삿포로 미팅’을 설립. 1996년에 성적 소수자에 의한 퀴어 퍼레이드를 삿포로에서 개최(일본에서는 2회째). 현재는 홋카이도 GBT 네트워크 고문, 「자치체에 파트너십을 요구하는 모임(自治体にパートナーシップ制度を求める会)」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출판사 소개
일본평론사(日本評論社)
1918년 창업. 가와이 에이지로(河合栄治郎)사건과 요코하마사건이라는 패전 전의 일본을 대표하는 두 개의 언론탄압 사건의 시련에 시달렸다. 패전 후, 법률・경제・사회・심리・의학・자연과학 등, 광범한 분야의 학술계 출판사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1929년에 창간된 『법률시보(法律時報)』, 1960년을 전후하여 잇따라 창간된 『법학세미나(法学セミナー)』,『경제세미나(経済セミナー)』,『수학세미나(数学セミナー)』, 그리고 『마음의 과학(こころの科学)』과 같은 학술교양지는, 각 분야의 저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일본의 출판문화에 무시할 수 없는 공헌을 하였다. 이 잡지들을 바탕으로 한 서적을 중심으로, 폭넓은 출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9년 5월, 아시아 최초의 동성혼법이 타이완에서 탄생했다. 이 책은 이 확기적인 법률이 성립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넘쳐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왜 타이완에서 그것을 실현할 수 있었던가, 이 법률이 그 후의 타이완사회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가에 대해 고찰한 서적이다.
저자는 중국법 전문의 법학자이고, 일본에서 성적 소수자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해 온 당사자이기도 하다. 1999년에 타이완에 장기간 체류한 이래, 현지의 성적 소수자(타이완에서는 ‘동지’라고 부른다) 단체에서 교류를 거듭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완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전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연구자가 집필한 책이지만,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으며, 일반인들도 읽기 쉽게 집필되었다.
이 책의 내용상 특색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법, 국민투표(직접민주주의), 의원입법(간접민주주의)라는 모든 정치적 절차를 거쳐 입법에 이른 것을. 다양한 관계자의 언동을 글 안에 짜 넣으면서 상세하고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타이완에서는 1990년대부터 성적 소수자의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동지’ 운동이 탄생되어 확대되어 왔다. 2009년, ‘반려맹(타이완 반려권익 추동연맹)’이 결성되었고, 동성애자에게도 결혼할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할 것을 추구하는 ‘혼인평권’을 내걸고 운동이 전개되어 간다. 2016년에 이 운동을 지지하는 차이잉원 정권이 성립하자, 동성혼을 규정하는 법안이 제출되었지만, 반대 세력이 강하여 법제화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2017년 5월,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사법원 대법봔이, 동성간의 결혼을 성립시키지 않는 민법은 혼인의 자유와 평등권에 반하므로 위헌이라고 하는 <대법관 748해석>을 발표하여, 2년 이내에 법을 개정할 것을 명령했다. 반대세력은 이것을 민의에 의에 덮어버리고자, 동성혼의 가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운동을 전개하여, 2018년 11월에 실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양파의 격렬한 캠페인이 전개되었고, TV토론이나 집회도 반복되었다. 투표결과는, 반대파의 승리로 끝났다. 사법원의 판단과 국민투표에 나타난 민의라는 두 개의 다른 결론 사이에서, 정부는 입법을 모색하였다. 2019년 5월, 반대파를 배려하여 ‘혼인’을 극력 눈에 띄지 않는 법률명을 붙인 특별법을 제정하여, 명목보다 실리를 취하는 타협에 가까운 정치적인 해결을 도모했다. 이 법률에 의해 동지의 혼인등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이 입법에 이르는 개략적 내용인데, ‘모든 수속을 다 사용하고 나서야 겨우 실현을 보았다’, ‘ 보기 드문 사례’라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민주적인 과정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천 사례이자 모델이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에서, 추진・반대파 쌍방으로부터 다양한 쟁점이 제시되었고, 공공의 장에서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었던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두터운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있다’고 하였다.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성숙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이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특색으로, 운동 과정에서 사용된 ‘동지(성적 소수자라는 의미)], ‘성별(성의 다양성이리는 의미)’, ‘혼인평권(혼인할 자유의 평등한 권리라는 의미)’, 이 세 가지 말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운동을 이 말들 아래에 결집시켜,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세 개의 토착 언어 틀의 “발명”은, 타이완의 동성혼 법제화를 단기간에 성공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동지’라는 말의 작용에 대해서만 소개하겠다. 지금까지 타이완에서는,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성적 소수자에 대한 강한 억압이나 편견, 혐오가 지배하고 있었다. 타이완 화어에서는 게이나 레즈비언을 ‘동성연자(同性恋者)라고 불렀는데, 이 말은 꺼림칙하고 흉한 이미지가 붙어 다녔고, 공공의 장에서 입에 올리기에는 꺼려지는 말이었다. 1990년대가 되어,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회규범을 변혁하여 ‘자신을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동료들을 ‘동지’라고 부르게 되었고(원래 홍콩인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말이 ‘동성연자’를 대신하여 사용되기 시작했다. 타이완의 LGBTQ+은 모두 ‘동지’를 자칭하는 것으로서, 다양한 성적 소수자의 연대의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그와 같이 타칭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박하게 만들게 되었다. 언어의 창조가 운동의 확대에 큰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세 번째 특색으로, 왜 아시아에서 최초로 타이완에서 이 동성혼법을 실현할 수 있었던가를 고찰하고 있는 점이다. 이 책은 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여태까지 보이지 않던 존재였던 성적 소수자가, 공공의 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가시회되었고, 성적 다양성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조기에 정치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정권이 명확하게 ‘혼인평권’을 지지하고, 그 세력이 입법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였다는 점, 나아가 대법관의 구성도 같은 세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국제적으로 특수한 위치에 있는 타이완에서, 동성혼을 포함한 인권존중세력이, 국제사회로부터의 ‘외부 정통성’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여겨진 점, 동성혼을 둘러싼 문제가 타이와 내셔널리즘의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 모두 충분하게 논술되어 있고, 설득력 있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법률이 실시된 이래, 동성혼 신청은 증가하고 있다. 동성혼을 받아들이는 여론도 급증하였고, 사회의식의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제도의 창조가 사회를 움직인다. 물론 남겨진 과제는 있지만, 착실하고 큰 걸음이 되었다는 점은 틀림이 없다.
동성혼은 일견하면, 특수한 주제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은, 동아시아 공통의 과제이다. 타이완의 이 선진적이고도 독창적인 실천은, 글로벌 사회에서 생겨나는 사회변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도 배워야 할 점이 매우 많다. 그것을 과부족 없이 전하고 있는 이 책은, 본 상의 수상에 적합한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