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북 어워드
올해를 빛낸 아시아의 책
언어의 본질, 言語の本質
일본, 이마이 무츠미, 아키타 키미, 추오코론신샤
선정 이유
이 책은 언어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이면서도 언어학에서 주변적인 주제로 여겨져 온 onomatope(그리스어에서 기원한 프랑스어, ‘의성어・의태어’로 번역된다)에 주목함으로써 언어의 기원과 진화를 고찰하고자 하는 야심찬 시도이다. 저자의 전공은 발달심리학・ 인지과학・인지언어학이다. onomatope 가 원초적인 것은 그것이 아이콘과 유사하다는 점에 있다. 아이콘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유사한 기호로 정의되며, 구체적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그림문자, 이모티콘 등을 가리키는데, onomatope 는 '냥냥(고양이 울음소리=유아어로 고양이)'이나 '반짝반짝(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나타낸다)' 등이 있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청각적・시각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아이콘에 가깝다. 그러나 onomatope 에는 모국어가 아닌 화자가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저자는 onomatope 가 언어인가 아닌가를 자문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인지과학이 인간과 동물의 커뮤니케이션을 구분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10가지 언어원칙'에 비추어 onomatope 를 면밀히 검토하여 '의사소통 기능', '의미성' 등 8가지 원칙에서는 ○, '자의성', '이중성'에서는 △라는 판단을 내린다. 이 검증 과정에서 저자는 onomatope 가 인지과학과 생성 AI의 '기호 접지 문제 Symbol grounding problem'을 풀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호 접지 문제'란 기호가 어떻게 물리적 현실 세계와 연결된 형태로 '의미'를 획득하는가 하는 문제, 다시 말해 기호는 어딘가에서 현실 세계의 대상과 신체적으로 '접지'하는 경험이 없으면, 다른 기호로 바꾸어 말하더라도 대상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없다는 문제이다. 이해'를 얻지 못한다는 문제이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언어의 특징을 가지면서도 신체와 연결되고, 자의적이면서도 상징성을 가지며, 뿔뿔이 흩어지는 성격을 가지면서도 연속성을 갖는다는 onomatope 의 특징이 잃어버린 사슬고리를 채울 수 있는 유망한 조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생후 11개월 된 아기에게 둥근 도형과 뾰족한 도형을 보여주고, 서로 다른 단어의 소리를 들려주며 뇌파를 측정하는 실험을 시도한 결과, '일치'할 때와 '불일치'할 때 뇌파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에 주목한다. 즉, 아기는 ①소리가 사물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②사물이 소리의 감각에 맞는지 아닌지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소리와 대상에 대한 대응을 선천적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이것이 언어의 소리가 신체에 '접지'하는 첫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저자는 추론을 거듭해 간다. 이러한 소리와 사물 사이의 대응 관계의 발견은, 헬렌 켈러가 그 유명한 'water'라는 철자가 사물의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는 '번뜩이는 직감'을 얻게 된 이야기와도 일치한다. 이 '번뜩이는 직감'이 바로 '이름 짓기의 통찰력'이다. 그러나 이 통찰력만으로 아이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관계는 '일대일'이 아니라 '일대다'이며, 그 조합을 통한 의미 창출에는 규칙성이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onomatope 는 아이에게 그러한 '언어의 큰 틀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언어는 왜 onomatope 만으로 성립되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onomatope 를 떠나면 언어는 언어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저자는 세계의 '최신 언어'인 '산데니스타 수화'에 주목한다. 산데니스타 수화는 진화 과정에서 문절화가 진행되어 언어가 복잡화・정교화되었다. 그래서 수화 언어는 아이콘성이 희석되는 동시에 분화하여 다의성을 획득해 갔다. 즉 언어가 되어갔다. onomatope 도 마찬가지로 상징성이 희미해지고 다의성을 획득하여 언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냥냥'이라는 말을 듣고 그것이 고양이를 가리킨다는 것을 학습한 아이는 고양이를 보여주면 '냥냥'이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침팬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말의 형식과 대상 사이에 양방향성의 관계가 있다는, 인간에게는 당연한 것이 동물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침팬지를 이용한 실험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대가 반드시 진실은 아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옳은 것은 오히려 침팬지이지 인간의 아이가 아니다. 인간의 아이가 특수한 것이다. 인간은 대상과 기호의 대응방식을 학습하면 기호와 대상의 대응방식도 동시에 학습한다. 인간이 언어를 배울 때 당연하게 여기는 이 가정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은 '과도한 일반화'다. 미국의 철학자 찰스 피어스(Charles Sanders Peirce)가 주창한 결과로부터 원인을 가설적으로 '추론'하는 '가설적 추론(abduction, 일본어로는 대칭성 추론, 역행추론 등으로, 한국어로는 상정논법, 가추, 귀추 등으로 번역된다)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런 '논리적으로 옳지 않은 과잉 일반화'를 통해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인간은 선천적으로 대칭성 추론 편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것일까? onomatope 에서 출발하여 언어의 기원과 인간의 언어 능력 생성의 수수께끼에 점차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지적 자극이 가득한 책이지만,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챗 GTP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에 의한 생성 AI의 능력을, 이 수수께끼의 해명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데 있다. 출시 10개월 만에 40만 부 이상 판매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며, 2023년도 '신간 대상'을 수상하였다.
출판사 소개
추오코론신샤(中央公論新社).
1896년에 창업한 노포 종합출판사. 현재는 요미우리 그룹 본사 산하이지만, 월간지 『중앙공론』을 비롯하여 ‘츄코신쇼(中公新書)・츄코센쇼(中公選書) 등 높은 수준의 계몽서나 『철학의 역사』 등 학술적 평가가 높은 출판에도 능력을 발휘하여, 오랫동안 일본의 출판계를 이끌어 온 전통을 지금까지 견지하고 있다. 츄코신쇼는 이와나미신쇼 다음 가는 역사를 지니고 있고,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정평있는 시리즈이다.
저자 소개
이마이 무츠미(今井むつみ)
전공은 인지과학, 특히 인지심리학, 발달심리학, 언어심리학
1989년 게이오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단위취득 후 퇴학. 1994년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부 PhD. 취득. 게이대학 환경정보학부 교수. 저서로 『언어와 사고』(岩波新書), 『배움이란 무엇인가』(岩波新書), 『언어 발달의 수수께끼를 푼다』(ちくまプリマー新書) 등이 있다.
아키타 키미(秋田喜美)
전공은 인지심리학. 2009년 고베(神戸)대학 대학원 문화학연구과 수료. 박사(학술). 오사카대학 대학원 언어문화연구과 강사를 거쳐, 나고야대학 대학원 인문학연구과 준교수. 저서로 『 onomatope 의 인지과학』(新曜社)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