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북 어워드
올해를 빛낸 아시아의 책
괴물 부모의 탄생 : 공동체를 해치는 독이 든 사랑
한국, 김현수, 우리학교
선정 이유
국가는 다르지만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 출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오늘날 우리를 심각하게 괴롭히는 사회적 문제가 이미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던 문제라면? 그리고 또 다른 나라로 번져갈 문제라면? 이 문제의 해법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막을 수 없는 문제라고 체념해야 하는 걸까? 여기에 출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부모라는 더없이 소중한 단어 앞에 ‘괴물’이 붙은 섬뜩한 용어, ‘괴물 부모(Monster Parents)’는 자녀에게 매우 권위적이면서 동시에 과잉보호하는 부모를 일컫는다. 이들은 자녀에 대한 애정을 내세우며 유치원과 학교에 과도한 불만과 요구를 쏟아 낸다. 이런 행태로 인해 최근 한국에서는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화된 교권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교권 강화를 핑계로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례가 폐지되는 퇴행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괴물 부모의 탄생』은 ‘괴물 부모’ 현상이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데서 시작해 이 문제의 해법을 입체적으로 제시하는 책이다. ‘괴물 부모’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현상으로, 이어 홍콩에서도 동일 현상으로 인해 온 사회가 고통을 겪었다. ‘괴물 부모’ 현상은 일본, 홍콩, 한국 등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 저출생, 경쟁 사회, 공동체 붕괴에 기인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국가 특유의, 부부 관계보다 자녀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족 문화, 자녀를 또래들과 잘 어울리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성장시키기보다 부모의 더 나은 지위를 입증하려는 우월 의식에 원인이 있음을 밝힌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홍콩에서 먼저 제시되고 시도했던 해결법들도 소개하며 ‘괴물 부모’ 현상의 한복판에 있는 한국 사회는 물론 아직 이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은 다른 공동체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길잡이 노릇을 한다. 출판은 개인의 삶과 사회 공동체를 잇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여러 공동체를 잇는다는 소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생각할 때 『괴물 부모의 탄생』은 이미 앞서 이 문제를 겪었으나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공동체에게는 새로운 성찰의 시각을 제시해주고, 처음 이 문제를 겪는 공동체에게는 갈등 해결을 위한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책이다. 부모, 자녀, 교사와 같은 개인 차원의 대처도 중요하지만, 개인 간의 갈등은 사회의 변화가 같이 동반되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명제도 다시금 확인시키는 출판의 소임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성장 일변도를 걸어온 아시아 국가들은 미래 세대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국가의 향방이 달라지는 기로에 서 있다. 비단 부모나 교사가 아니라도 ‘괴물 부모’라는 섬뜩한 현상을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다 같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 김현수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자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 희생자 가족의 치유를 위한 활동을 해왔으며,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시민으로서의 성장에 중점을 둔 ‘프레네 교육’의 선구자라는 점도 이 책의 균형 있는 관점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 책을 통해 “국가는 다르지만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 때, 출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범아시아적 출판의 멋진 기획들을 촉발시켜보자.
출판사 소개
우리학교(Woorischool)
우리학교는 어린이·청소년 전문 출판사입니다. 어린이·청소년 독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책, 교사와 학부모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책을 두루 펴냅니다. 교육적 가치를 담은 ‘세상 진지’한 책에서부터 요즘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유쾌발랄’한 책까지 기획력과 새로움이 돋보이는 국내서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토론학교> 시리즈로 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을 수상하였고 거의 모든 책이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어린이도서연구회 등의 유수 기관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저자 소개
김현수(Hyun Soo, Kim, M.D., Psychiatrist)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양대 협력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교수. 통학형 중고등 대안 학교인 ‘프레네스쿨(성장학교) 별’과 ‘스타칼리지(청년행복학교) 별’ 교장.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의 위로자이자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자이고 이 땅의 모든 아이와 부모 그리고 교사의 동반자이다. 장애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빈곤 가정과 노숙인들을 돌보았고 아동학대, 게임 중독, 학교폭력, 가출, 자해, 은둔형 외톨이, 느린 학습자 등 십 대들이 겪는 어려움을 치유해 왔다. 사회적 참사 희생자 가족의 치유와 자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세 번의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및 태평양 공익 인권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과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