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북 어워드
올해를 빛낸 아시아의 책
0원으로 사는 삶
한국, 도서출판 들녘, 박정미 저
저자 소개
사회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참된 지식은 ‘사회 밖’으로 나와서야 배울 수 있었다.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어 여군 장교가 되었지만 진정한 강인함은 ‘자유’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고 군대를 나왔다. 도시에서 ‘노동-소비’에 매몰되어, 여느 2030처럼 매일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삶을 살았다. ‘돈을 쓰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저자는 살인적인 집세와 물가로 유명한 런던에서 ‘0원살이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영국에 이어 유럽, 중동 지역까지 여정을 이어가 약 2년간 돈을 쓰지 않고 살았다. 문득, 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보려던 결심에서 이어온 여정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 여정에서 행복, 자유, 평화, 만족에 이르는 길을 찾았다. 지금은 한반도 태백산맥 한 줄기 작은 마을의 누추한 폐가를 손수 고쳐, 반려견 심심이·한가와 함께 살고 있다. 지구와 자연, 마음의 평화를 위한 혁명을 고요히 일으키면서.
출판사 소개
도서출판 들녘
1987년 설립. 도서출판 들녘은 창립 이래 사회과학 인문 서적을 중심으로 여러 문학 작품들을 출간, 『퇴마록』 출판으로 한국 장르문학의 효시가 되었다. 이후 90년대 중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발간 이후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 시리즈를 기획, 론칭하여 대중교양서가 빅셀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에 주목하였고, 2011년부터 청소년 브랜드 개발을 시작하여 ‘푸른들녘’ 레이블을 론칭, 청소년을 위한 교양 시리즈와 미래탐색 시리즈, 부모를 위한 교육서를 출간하고 있다. 에세이 브랜드 ‘참새책방’과 장르문학 브랜드 ‘고블’을 통해 출판산업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돈 없이 사는 삶이 가능할까? 한두 달도 아니고 무려 몇 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먹고, 자고, 입고, 움직이는 일이 가능할까. 답을 얘기하자면 가능하다. 2022년 출간돼 화제를 모은 『0원으로 사는 삶』이 그 경험을 담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한국계 회사를 다니던 저자가 상사의 갑질에 대항했다가 해고를 당한 뒤 0원으로 사는 삶을 실천했다. 1년 동안 해볼 생각이었는데, 무려 2년을 버티는 데 성공했고, 마지막 날 저자의 지갑엔 혹시 몰라 갖고 있던 비상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단 1원도 쓰지 않고.
이 책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궁금하게 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가 첫 번째이고, ‘어떻게’ 가능한가가 두 번째다.
낯선 외국 땅에서 해고당하고 누워 있던 그에게 문득 “돈이 없으면 안 쓰면 되잖아”라는 깨달음이 찾아들었다. 런던에서 방세를 내가면서 버티기 위해선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4개 정도 하면서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쳐야 한다. 그걸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고, 저자도 그 길로 들어설 뻔했지만, 마지막에 방향을 급선회했다. 안 쓰면 되는 거 아냐? 라는 반항적 생각이 그를 멈춰 세웠다.
저자의 0원 살이 프로젝트는 농장에서 숙식을 제공받는 ‘우핑’을 시작으로 땅에서 나오는 것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친환경 공동체 ‘팅커스 버블’, 비어 있는 땅이나 건물을 점거해 살아가는 ‘스퀏팅’, 커다란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이나 유용한 물건들을 구하는 ‘스킵 다이빙’, 이동할 때의 ‘히치하이킹’까지 이어진다.
돈을 쓰지 않는 삶은 실제로 가능했다. 게다가 낭비되고 버려지는 공간과 물건들을 구해주는 일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며, 사람들과 동떨어져 사는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철저히 사람들에게 기대야 가능하다는 것. 게다가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은 한계가 없다는 사실과도 통하며, 노숙하고 작물을 재배하며 맞닥뜨린 자연과 우주는 기이할 정도로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으며, 존재의 충만함 쪽으로 그를 거세게 끌고 갔다.
저자는 현재 2년의 ‘0원 살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7년째 빈집 살이와 무소비 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작할 땐 프로젝트였지만, 결국 그것은 그의 삶 자체가 되었다.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를 거부하자는 제안은 아니다. 과격하고 급진적인 주장은 거의 없다. 젊은 세대의 명품 소비가 ‘플렉스’라는 단어로 유행하는 오늘날, 돈 때문에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에게 소비 없이 삶이 가능하다는 걸 건강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주장하는 책이 아니라 스며드는 책이다. 저자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소비주의를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진짜 혁명은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지 않는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